최근 제게 일본어 공부를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는 분이 계셨습니다. 우연히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일본어 JLPT N1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자기가 아는 사람들은 일본에 공부하러 다녀왔는데도 고작해야 N2라며 제 공부법을 물었던 겁니다. (일본까지 가서 공부하는데 N1 불합격이면 진짜 어지간히 공부 안 하고 놀기만 한 사람들인 모양입니다만...)


사실 제 일본어 실력은 남에게 조언하고 할 실력도 아닌데 물어 오니까 제가 했던 방법을 그냥 알려줬습니다. 그 정리 내용을 아래 간략하게 적어 봅니다.


공부법에 정답은 없고 각자의 스타일이 다르니 자기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 주세요.



- 일본어를 교재 붙잡고 공부하려고 하지 말고 자주 접하며 익숙해져라.


저는 일본어능력시험 자격증 최고 등급인 N1을 따는데 관련 문제집을 하나도 풀지 않았습니다. 일본어를 문제풀이와 암기로 배운 것이 아니라 자주 접하며 자연스럽게 익혔던 겁니다. 일본어 자격증 시험 자체만 놓고 보면 비효율적인 학습 방법으로 보이지만[각주:1], 단순 문제집 암기식 공부법은 일본어를 자격증만 따고 끝낼 것 아니라면 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본어를 단순 암기로만 익힌 사람들은 문제집에서 다룰 필요조차 없는 단순 회화 표현조차 막히는 사례가 종종 보일 뿐 아니라,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1년 후에는 히라가나조차 버벅일 정도로 다 까먹게 되더군요.


자주 접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일본어를 활용 가능한 취미거리 만들기입니다. 일본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책, 게임, 소설, 패션 등등 일본 문화를 접하고 그 안에서 취미에 맞는 것을 찾아야 하죠.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이어지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더욱 오래 지속할 수 있습니다.



- 듣기 공부는 애니메이션도 좋고 드라마도 좋고, 예능이나 라디오도 좋으니 계속 들어라.


일본어 듣기 문제집 따위만 가지고는 일반 회화는 당연히 익숙해지지 않을뿐더러 목표로 하는 자격시험의 듣기영역 점수도 올리기 힘듭니다. 모든 언어는 듣고 듣고 또 들으면서 귀에 모국어마냥 익숙해져야 합니다. 뭐라고 쏼라쏼라하는지 전혀 모르겠어도 일단 들으면서 발음과 억양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엔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를 추천하는데, 우선 자막과 함께 수차례 반복해서 봅니다. 그러면 해당 장면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기억에 남게 되고, 이제 자막을 끄고 영상만 보면 자막이 없어도 해당 장면에서 등장인물이 뭐라고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이걸 반복하면서 작품 하나를 다 보면, 그다음 작품은 훨씬 수월하게 들립니다. 계속 자막에만 의존해서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아무리 많은 작품을 접했어도 아는 일본어라고는 '스미마셍', '아리가토', '기모찌' 따위의 수준에서 머물지만, 자막을 끄고 듣기에 집중하며 보면 고작 한 달 사이에 정말 많은 표현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듣기에 익숙해졌다면 다음 단계로 일본 라디오를 청취하길 추천합니다. 가장 좋은 건 원어민과 회화하며 직접 듣는 것이지만 시간적, 금전적으로 제한이 크므로 그다음으로 추천되는 것이 라디오 청취입니다. 라디오는 '작품'과는 달리 듣는 이를 배려해서 또박또박 읽으려고 하지 않고(물론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뉴스, 정보 라디오는 제외) 실생활에서 쓰는 일상 회화 톤으로 떠들기 때문에 일본어 듣기 능력을 확 끌어올리기 좋은 수단입니다. 일상 회화에서는 유행어도 많이 나오고 우리처럼 축약해서 쓰는 약자 표현도 많이 나와서 책만 들여다보며 공부한 사람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실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 읽기 공부는 원서 읽기를 추천한다.


어느 일본어 강사가 '실력이 없을 때 일본어 원서를 붙들고 있으면 빨리 안 는다, 문제집을 통해 체계적으로 공부해라' 라고 떠들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내용의 원서를 붙잡고 있으면 그 책을 독파해내겠다는 목표가 있어 읽기 능력이 급상승합니다.


실제로 저는 일본어 히라가나조차 더듬더듬 읽던 시절에 국내에 출판되지 않은 어느 원서에 꽂혀서 무작정 사전 참고하며 그 내용을 쭉 번역하며 읽었습니다. 책 한 권을 다 읽기까지 두 달이 걸렸는데, 그때의 경험이 제가 일본어를 읽고 쓰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재미도 없는 문제집 문장 단순 암기로 읽기를 배웠다면 아마 지금도 저는 히라가나를 더듬거리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소설책도 좋고 자신이 만화를 좋아하면 만화책 원서 읽기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책이 아니더라도 유명인의 블로그나 SNS를 전부 읽는 것을 목표로 해도 괜찮을 겁니다. 모르는 한자나 일본 속담 표현이 잔뜩 나올 텐데, 단어장에 적어가며 암기하는 것도 좋지만 굳이 억지로 암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주 쓰이는 단어라면 계속 나오니, 나올 때마다 다시 사전 한 번 들여다보면 되고, 그게 반복되면 저절로 외워집니다. 옛날처럼 두꺼운 사전을 페이지 넘겨가며 찾는 것이 아니라 필기체 인식하는 사전이 잔뜩 있으니 사전 단어 찾기에 시간도 많이 안 들어갑니다.



- 말하기는 다른 방법이 없다. 계속 중얼거려라.


일본에 직접 가거나 원어민 강사와 1:1 회화를 하지 않는 한 일본어를 직접 말할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유일한 방법은 지금 보고 있는, 듣고 있는 방송을 따라 말하면서 계속 중얼거리는 겁니다. 누가 보면 미친 사람처럼 혼자 계속 중얼거리며 따라 해야 합니다.[각주:2]


말하기를 하고 안 하고는 언어 학습 속도에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소홀히 하지 마시고 많이 목소리를 내며 따라 말하시길!



- 그 밖에 문법 공부는...


우리가 평소 말을 하고, 쓸 때 접속사가 어떻고 동사가 어떻고 따지면서 우리말을 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법적으로 큰 오류를 범한다거나 소통이 안 된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읽고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일본어로 충분히 오류가 없는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고 소통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N1 자격증을 공부도 안 하고 가서 (비록 고득점은 아니지만)합격할 정도로 일상 일본어 구사 수준으로도 문법은 충분합니다.


그래도 문법이 걱정된다면 시중에 한 권짜리 문법 책(문법 사전, 문법 노트 등으로 검색) 구입해서, 달달 외우듯이 공부하지는 말고 한 번 쭉 훑어보는 식으로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평소 자연스럽게 구사하던 일본어의 문법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구나 느끼는 정도면 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언어 구사할 때 문법을 매번 따지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감각적으로 느끼며 자연스럽게 구사하면 저절로 그게 맞는 문법이 됩니다.



  1. 실제로 이렇게만 해서는 시험 고득점은 어렵습니다. 우리가 매일 한국어 쓴다고 한국어능력시험 그냥 보면 높은 점수 기대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죠. [본문으로]
  2. 집에서 문 닫고 하길 추천드립니다(__) [본문으로]
Posted by 빈둥거리는 포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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