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배틀그라운드를 4달째 플레이 중인데 K/D가 고작 0.8이라며 초보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고 포스팅했던 바 있습니다.


워낙 여기저기 게시판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기준으로 K/D와 데미지량을 많이 활용하고 있어서 저도 그걸 기준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고는 있는데, 요즘은 점점 '잘한다'는 판단 기준이 달리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주변 사람이나 여러 게시판에 올라오는 잘 하는 사람들의 전적이 K/D가 3점, 4점에 평균 데미지량도 막 300, 400이 넘고 하는 걸 보면 '쩐다, X고수네, X잘하네' 소리가 나오기 마련인데, K/D가 높으면 FPS를 잘 하는 건 사실이지만 과연 이것만 가지고 '배틀그라운드를 잘 한다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딱히 제가 0점충(K/D가 1미만인 사람을 부르는 표현)이라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는 항상 생존을 우선시하는 플레이를 해서, 바로 앞 20미터 거리에 눈 감고 쏴도 잡을 수 있는 적이 눈에 띄어도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주변에 우리팀을 제외하고 2팀 이상이 있다고 확인하는 상황에선 절대 눈앞의 적을 먼저 공격하지 않습니다. 그 상대를 공격할 기회를 다른 팀에게 넘기고 다른 팀의 위치를 파악해 다음 대응책을 세우는 스타일이라 킬 수가 높을 수 없는 겁니다.


저랑 같이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는 멤버들의 평균 생존 시간은 20~24분으로 꽤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K/D는 1점대거나 0점대에서 맴돌고 있죠. 다들 아재고 게임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컨트롤 실력이 떨어지지만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생존 능력을 키웠기에 가능한 기록입니다.


해외 유명 스트리머 중 K/D 4점, 데미지량 400 이상을 유지하는 프로급 기량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그의 생존 시간은 16분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지나치게 전투적이다 보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적과의 싸움에만 관심이 있어서 총소리로 인해 주변에 어그로가 끌려 자신이 다른 적에게 공격당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 부족한 겁니다. 얼마 전 모 커뮤니티에 영상이 하나 올라왔는데 정말 실력이 좋아서 댓글로 '고인물'이니 'X고수' 소리를 들었는데, 전적 검색을 해보니 K/D 4점대에 데미지량 400점대로 위에서 언급한 스트리머와 비슷했지만 놀랍게도 생존 시간이 고작 10분을 찍고 있었습니다. 초반 흙탕물 싸움을 잘 하는 - 소위 '피지컬이 좋다'고 부르는 타입이지만 전체적인 게임 운영에선 문제가 많은 것이죠.


단순히 K/D만 가지고 비교하면 유명 스트리머나 모두가 인정하는 영상 속 '고수' 플레이어가 압도적이지만 배틀로얄이란 측면에서 보면 '초보'인 우리 멤버들도 무시할 수만은 없어집니다. 오히려 게임의 장르를 생각하면 초보와 고수의 관계가 역전되기까지 합니다.


교전을 최소화해서 아군 전력을 후반까지 최대한 가져가고, 전투에 유리한 좋은 자리를 선점해서 순위권에 안전하게 들어가는 '전략'은 배틀그라운드란 게임에서 개개인의 피지컬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나이 먹어서 피지컬 떨어진 탓에 '나도 왕년엔~, 10년만 젊었어도~' 하며 K/D 3점 유저 부러워하는 우리 멤버들이 관점을 바꾸면 자신도 우수한 배틀로얄 플레이어란 사실을 깨닫고 자신감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osted by 빈둥거리는 포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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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빈둥거리는 포이카 2018.08.01 2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9.7.*.*님 댓글 일부 복원(요약): 킬뎃 2.0 넘으면 눈앞에 보이는 적도 잡고 거기에 따라오는 떨거지들도 잡는다. 그만큼 샷과 전략적 판단이 좋아진다. 그냥 님이 0점충이라 그렇다. 킬뎃 3 넘는 초고수들은 0킬 1킬 우승도 어렵지 않다. 일단 1.5만 넘겨도 이런 글 썼던 자신이 창피할 듯 한데요??


    이런 댓글이 휴지통에 들어가 있는 걸 보고 끄집어냈습니다. 비속어 자동 분류로 걸러진건지 본인이 썼다 지우신 건진 모르겠습니다만...

    킬뎃 높으면 전략적 판단이 좋아진다는 묘한 주장에 대한 반론이 본문에 그대로 있습니다. 킬뎃 4점대인 해외 스트리머와 모 커뮤니티에 영상을 올려 호평을 받은 킬뎃 4점대 유저가 고작 평균 생존 시간이 10-16분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그냥 친구들이랑 보이스채팅으로 농담따먹기하는 것이 메인이고 배그가 덤인 것처럼 놀면서 해도 어지간해선 탑5에 25분에서 놀고 있는 제가 이런 글 썼다고 창피할 일은 안 생길 겁니다.


    여담입니다만 위 본문을 쓰고 벌써 5개월이 흘러 우리 고정 실친 스쿼드팀은 더욱 생존전략을 키워 여전히 0점/1점 구성원이지만 매우 훌륭하게 살아남고 있습니다. 암만 킬뎃이 높아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적과 개싸움만 할 줄 아는 사람들보다는 우리가 낫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