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애용하는 이어폰, PHONAK Audeo PFE 112를 여기 블로그에서 한 번도 언급 안 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며 끄적여봅니다.


포낙은 본디 이어폰 같은 음향기기를 만드는 업체가 아니라 보청기를 만드는 곳입니다. 전세계 보청기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거대 보청기 업체이죠. 그런 보청기 업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소형 청각장치 기술과 착용감 노하우 등을 적용해 만든 이어폰이 'Audeo PFE 시리즈'입니다.


2009년 이어폰 사업에 뛰어들어 곧장 매니아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국내 오디오 기기 매니아들 사이에도 아는 사람은 아는 명기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한국 포낙에서는 2010년 12월에 PFE의 주력 모델인 111, 112를 정식 출시하여 국내 일반 사용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으나 아무래도 이어폰 분야에서는 생소한 업체명이라 그런지 누구나 알만한 대중적인 모델로 뜨지는 않고 여전히 아는 사람만 찾는 정도에 그쳤죠.


어쩌면 세계 시장에서도 그런 추세는 동일했던 모양입니다. 세계 최대의 보청기 업체이지만 이어폰 사업이 부진해 2013년 2월 8일 사업 철수가 공식 발표되고, 2013년 3월 31일 사이트도 폐쇄된 것입니다. 지금도 국내외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온통 호평으로 가득한 포낙 이어폰이 고작 4년 만에 사라질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당시 매니아들 사이에서 포낙 이어폰 사업 철수 소식은 큰 이야깃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2011년에 헤드폰 명가 베이어다이나믹에서 생산한 DTX-11iE 이어폰을 구입해서 2012년 여름까지 사용하다 단선되어, 이후 한동안 번들 이어폰으로 생활하고 있다가 2013년 3월 한동안 눈여겨보고는 있었으나 비싸서 못 사고 있던 포낙 이어폰이 단종된다는 소식과 이미 물량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다급한 마음에 질러버렸습니다. (물량이 부족할수록 사고 싶어지는 인간 심리를 이때만큼 크게 느꼈던 적도 없습니다.)



2011년 생산품인 모양이지만 / 2013년 3월 5일 공급업체 ZOUND에서 구입한 기록

 



구입 당시 처음으로 필터 교체형을 사봤고, 곱게 쓴다고 해도 얼마나 오래 쓰겠냐 싶어 추가 필터를 구입하지 않았는데(기본 동봉 필터가 있기도 했으니) 설마 5년이나 넘게 쓸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금은 중고시장에서도 포낙 이어폰 필터는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일단 필터는 세제를 풀은 물에 담궈 세척하면 재생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분실 및 손상 가능성이 있는 부속이라 영구적으로 쓸 수는 없어, 예비가 없으면 아무리 본체 내구성이 훌륭해도 이어폰 수명에 한계가 옵니다.


필터 세척 시기는 쓰다 보면 알게 되는데, 어느 순간 한쪽 귀의 소리가 약해집니다. 육안으로는 딱히 이물질이 낀 것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 하더라도 신기하게 필터를 제거하면 소리가 빵빵하게 나오고, 필터를 세척하고 다시 장착하면 정상 볼륨으로 되돌아오죠. 간혹 포낙 이어폰 사용자분들 중 소리가 작아진 것을 단선으로 착각하시는데, 거의 대부분이 필터 교체 / 청소로 해결됩니다.


포낙 이어폰은 필터가 3가지 타입으로 나왔고, 이것 또한 신기하게도 필터에 따라 소리의 특성이 달라져 취향에 따라, 듣는 음악에 따라 교체하는 재미가 있는 이어폰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필터는 회색 필터로 가장 밸런스가 잡힌 소리를 내주며, 검정 -> 녹색 필터 순서로 점차 저음이 강조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필터를 빼면 고음이 쨍한 느낌으로 귀를 자극해서 이대로 쓰려면 EQ를 극단적으로 조절해야 실사용이 가능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5년이나 쓰면 필터만 문제가 아니라 소모 부속품이 전부 불안한 상태가 됩니다. 일단 귀에 착용하는 부위인 이어팁은 필터 이상의 소모품이며 분실 위험성도 큰데 더이상 정품 이어팁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호환 이어팁이라고 파는 것도 있고 타사 제품 중에서 사이즈가 비슷한 건 어떻게든 끼워 넣을 수 있겠지만 착용감이 크게 달라지고 이어폰은 고작 이어팁만으로도 음색이 변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지금 실리콘 소, 중 세트만 남아 있는 상태라 조만간 이어팁을 구해야 하는데 뭘 살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어가이드는 용케 안 잃어버리고 쓰고 있지만 자주 빠져서 뒹굴고 투명 실리콘이 조금 변색된 상태라 이것도 언젠간 새로 구입해야 할 겁니다.



과연 필터 내구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 부속들은 대체 호환품으로 만족할 수 있을지, 본체는 단선 또는 파손 없이 언제까지 버틸지. 그리고 이만한 만족감을 주는 이어폰을 또다시 만날 수 있을지...

Posted by 빈둥거리는 포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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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ㅁㄴㅇ 2018.08.06 22: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포낙 사용자인데 혹시 컴플라이폼팁은 싫어하시나요? 개인적으로는 폼팁 끼고나서 소리가 더 단단해졌다고 느껴서 애용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