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애니메이션 마크로스 시리즈는 작품 자체가 오래된 것 뿐 아니라 작중 시간 흐름도 상당히 오래 진행되어 전작, 전전작의 주역이 후속작에서 전설로 불리거나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 취급이 되고 있어서 신작이 나오면 예전 작품의 팬이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감상하기도 좋고, 그렇다고 전작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직접적인 연결도 없어 신규 팬이 보기에도 무리없는 훌륭한 작품 시리즈입니다.


이 작품에는 대를 이으며 이름을 알리고 있는 어느 가문이 있는데요. 바로 초대 마크로스 시리즈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지너스(Jenius) 가문이죠.


작중 지너스 가문의 선조격인 맥시밀리언 지너스(Maximilian Jenius)는 전체 마크로스 세계관을 통틀어 가장 뛰어났던, 그리고 늙어서까지 현재진행형으로 가장 뛰어난 전투기 파일럿입니다. 이후 후속작에서 수많은 천재 파일럿이 등장하지만 순수한 파일럿 기량만으로는 맥시밀리언 지너스를 넘은 인물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마크로스7에서 50세가 넘어 파일럿 은퇴한 지 10년은 넘었을 나이에 현장 복귀해서 작중 누구보다도 화려하게 날뛰는 모습은 정말 기가 찰 정도죠.


그런 맥시밀리언 지너스와 짝을 이룬 에이스 파일럿 출신 밀리아 파리나(Milia Fallyna)는 작중 최초로 인간과 맺어진 젠트라디인으로 인간과 젠트라디의 역사를 언급할 때 빠짐없이 언급되는 인물입니다. 우주 역사 최초로 성간결혼 & 최초의 혼혈아 출산은 마크로스 세계관의 역사책에서 중요시 다뤄질 대사건이었습니다.


맥시밀리언과 밀리아는 무려 7자매!!를 낳는 왕성한 번식(?) 활동을 보여주는데 이들은 후속작에서 종종 언급되고 마크로스7에서는 밀레느, 에밀리아가 등장하며 델타에 이르러서는 손녀(미라쥬)가 활약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작품마다 미들네임 표기가 다르단 사실에 주목하신 분들이 계시나요? 파리나를 본래 성으로 쓰던 초대의 밀리아는 일본어로 ファリーナ(파리-나)로 표기/발음하며 영문으로 Fallyna(파리나)라고 표기하는데, 후속작의 딸 밀레느는 일본어로 フレア(프레아)로 표기/발음하며 영문으로 Flare(플레어)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더욱 후속작인 마크로스 델타에 등장하는 손녀 미라쥬는 일본어로 ファリーナ(파리나)를 써서 초대와 같지만 영문은 Farina(파리나)로 차이를 보이고 있죠.


초기 작품에 등장한 장녀 코밀리아는 '코밀리아 마리아 파리나 지너스'로, 표기할 때 ファリーナ를 썼고, 외전격 게임인 마크로스 M3에 등장하는 양녀 모아라미아도 스스로 풀네임으로 '모아라미아 파리나(ファリーナ) 지너스'라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왜 밀레느는 Flare로 바뀌었고 최신작에서는 미라쥬가 Farina로 바뀌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데,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면 딱히 미들네임을 모계의 성을 따른 것이 아니라 그저 애칭으로 붙인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긴 합니다. 미들네임이란 것은 국가에 따라서는 모계 성을 따르기도 하지만 그저 애칭의 의미로 붙이는 나라도 있기에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죠.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모계를 따른 코밀리아나 모아라미아의 건도 있고, 너무나 발음이 유사/동일한 미들네임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 이러한 별칭 오류가 생긴 것은 일본식 엉터리 영어 발음과 표기에 있다고 봅니다. 일본에서는 외래어 표기와 발음을 카타카나라는 일본어 표기 방식을 따르는데 이것이 정말 난장판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외국어를 본격적으로 배울 때 발음이 괴팍한 것은 카타카나식 발음에 익숙하기 때문이죠. 자신이 평소 외국어라고 생각하며 사용하던 카타카나 발음을 그대로 진짜 외국어를 배울 때도 적용해버리는 겁니다. 문제는 발음만이 아니라 카타카나식 알파벳 표기에도 있는데, 예로 사과(Apple, 애플)를 일본식 카타카나로 표기하려면 영문 자판으로 altupuru, altsupuru 따위로 입력해야 됩니다. 기종에 따라 바로 일본어 발음을 입력하는 종류도 있지만, 표준 일본어 키보드와 핸드폰 자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저런식으로 알파벳을 눌러 카타카나를 사용하다보니 정작 올바른 외래어를 사용해야할 때 헷갈리거나 암기를 못합니다. 이게 등장인물의 이름을 표기하거나 발음할 때도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Fallyna가 Farina로 바뀐 것은 설명하기 쉬운데, ファリーナ를 카타카나 영문 자판으로 쓰면 fari-na입니다. flare로 바뀐 건 조금 의문이기는 한데 파리나가 본래 플레어의 변형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해봅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지너스(jenius)는 genius를 비틀어서 만든 이름인데, 파리나 역시 본래는 폭발을 의미하는 flare를 비틀어서 쓰던 것이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변형해서 쓰던 이름을 마크로스7 제작진이 실수로 본래의 단어로 이름을 지은 것일 수 있습니다.


거참 90년대 발매되었던 설정집, 자료집 구할 수 있으면 한 번 들여다보고 싶고 제작진에게도 왜이리 이름이 난잡한지 묻고 싶네요.



엄마인 밀리아에게 헤드락당한 7녀 밀레느


Posted by 빈둥거리는 포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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