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현재 출시되는 고성능 그래픽 태블릿(타블렛)은 8192레벨의 필압 구분이 가능하지만 중저가형 모델이거나 구형인 경우 대부분 2048레벨 정도의 필압 수준으로, 수치상 무려 4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보고는 태블릿 입문자들이 가장 착각하기 쉬운 것이 '신형은 구형보다 4배 섬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없는 형편에 무리해서 비싼 신형을 구입하는 입문자 분들이 많은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필압의 레벨이란 것은 그만큼 손에서 전달되는 힘의 강도를 2048단계 혹은 8192단계로 나눠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8192가 2048보다 4배 세밀하게 구분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4배 섬세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이죠.


예를 들어, 펜 두께 10짜리 브러시를 쓴다고 가정한다면 그 펜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선의 두께는 비트맵 기준으로 1~10픽셀로 한정(필압에 따라 두께 변화가 되는 타입)됩니다. 아무리 사람 손으로 세밀하게 그리려해도 1,2,3,4,5,6,7,8,9,10 두께 범위 내에서 가볍게 그리면 가늘고 연하며 힘주면 두꺼워지는 정도인 겁니다. 이걸 2048단계나 8192단계로 나눈다? 사실상 인간의 손으로 구분하고 머리로 느낄 수 있는 감각의 영역이 아닙니다. "이 타블렛은 8192레벨 구분이 가능하니 나는 3000부터 5000까지의 범위로 변화를 주며 선을 가볍게 표현하겠어." 라고 하면서 도트3~6범위의 선을 그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단순 산술 계산을 해서 펜 두께 10짜리 브러시로 가벼운 터치를 해서 3픽셀짜리 가는 선을 표현하려고 한다면 8192레벨 타블렛은 2.000732421875 ~ 2.999267578125 범위 내의 힘을 인식해 3픽셀 선을 그려내는 것이고, 2048레벨 타블렛은 2.001953125000 ~ 2.998046875000 범위 내의 힘을 인식해 3픽셀 선을 그려냅니다. 그 차이는 ±0.001220703125만큼의 손끝 힘 차이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연찮게 0.001 정도의 힘 차이가 날 경우 2048레벨 타블렛과 8192레벨 타블렛에서 그린 그림의 결과에 1픽셀 만큼의 오차가 생길 수는 있으나 그림 전체적으로 보면 눈에 띄는 차이는 아닌 겁니다.


8192레벨 타블렛이 출시된 건 2016년 연말로, 그 이전까지는 프로 작가들도 전부 2048레벨 타블렛을 사용해왔는데, 과연 2017년을 경계로 작가들의 그림 섬세함에 대격변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생각해보시면 무리해서 비싼 신형을 살 필요가 있는지 판단하기 쉬워지실 겁니다.



저는 어쩌다 굴러 들어온 구형 인튜어스5(2048레벨) 갖고 놉니다.



만약 구형 혹은 중저가 라인업 제품이 단종되었거나 구형을 중고로 구입하는 것이 싫은 분들은 타블렛의 정석인 와콤을 떠나서 다른 업체들을 알아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래픽 태블릿 고가 라인인 와콤 인튜어스 프로 중형 대신 휴이온 H950P로 가면 36만원대에서 9만원대로, XP-PEN DECO2로 가면 7만원대로, 가오몬 1060PLUS로 가면 4만원대로 떨어지는 가격 차이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액정 태블릿 와콤 신티크 22인치 기준으로는 휴이온으로 가면 200만원대에서 100만원대로, XP-PEN으로 가면 50만원대(직구 최저가. 국내 일반가 70만원대)로 떨어집니다.


물론 업체별로 사이즈/성능 차이가 있고 AS지원 여부와 그 수준 차이도 있으니 싸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그림을 전문으로 하실 분들은 인터넷 평가만 보지 마시고 반드시 각 매장에 방문해 체험해보고 이것저것 따져보며 결정하셔야 합니다.

Posted by 빈둥거리는 포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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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imj 2019.03.11 17: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되었습니다.!

  2. 콤콩 2020.02.15 22: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궁금했던 부분이였는데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