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용산 터미널 쪽에도 거대한 게임 매장에 여럿 존재했었습니다. 지금은 터미널에 PC상가와 휴대폰, 디카 상점 뿐이지만 당시엔 가장 목 좋은 자리에 게임 매장이 큼직하게 자리하고 있어서 손님이 끊이지 않았죠. 신용산역 방면에서 나진상가로 넘어오는 지하도로엔 복제 게임CD를 판매하는 불법 상인들이 여럿 바닥에 앉아서 팔던 풍경도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도 살아 남아있는 도깨비상가 게임 매장쪽[각주:1]에선 하루종일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오프닝을 켜놓고 있었던 적도 있었군요. 저는 주로 울티마 온라인 패키지와 게임 타임[각주:2]을 구입하러 용산에 다녔습니다.

 

국내 미정발 시절 비싼 돈 주고 산 해외판 울티마 온라인 확장팩

 

 

이 당시엔 게임 잡지가 지금보다 종류가 많았고, 잡지마다 게임을 끼워주는 것이 경쟁적이라서 어떤 게임들은 발매된지 몇 개월만에 잡지 번들로 등장하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나중엔 서로 게임 끼워서 잡지 파는 것은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정품 게임 번들은 수가 줄었는데 몇몇 잡지에선 그후로도 번들로 끼워넣었던 적이 있었죠.

 

충격의 악튜러스 번들. 우측 중간에 잡지사 이름이 찍혀있다.

 

 

아, 그리고 이때는 쥬얼CD라고 해서 발매된지 오래된 게임은 게임 패키지와 메뉴얼을 빼고 CD만 분리 포장하여 싸게 파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빠르면 6개월 이내, 늦어도 1년이면 대부분 게임이 쥬얼CD로 팔려서 뒤늦게 하고 싶어진 게임이 있으면 싸게 사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달랑 CD만 판매하는 쥬얼 게임. 정작 사놓고 CD 비닐 포장도 안 뜯은 파랜드 시리즈. 

 

 

또 하나. 이 당시 게임 시장을 말아먹은 주요 원인 제공자 - WAREZ 사이트의 난무. PC통신에서 DSL인터넷 환경으로 변하면서 불법 공유 사이트가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 도입 초기라 관련 법규가 없었는지 대응이 느려서[각주:3] 와레즈가 전멸할 때쯤엔 이미 국내 PC게임 시장은 폐허만 남은 상태였죠. 저는 국내 게임사들이 사업을 접거나 하나 둘 온라인 게임으로 전환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쓰다보니 더 옛날 이야기가 떠올라서 과거로 돌아가보면, PC통신 시절엔 아마추어 개발자들[각주:4]이 개발하여 자료실에 무료로 공개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소규모 팀이다보니 게임도 작고 소소한 것들이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당시 했었던 게임 중 기억나는 것 하나는 지금 스마트폰 게임으로 개발해서 내도 성공할 수 있을 법한 단순하면서 중독성 있는, 아이디어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요즘은 이런 아마추어 개발자의 수가 많이 줄었고, 설령 있더라도 게임위 규제에 걸려서 등급 판정을 받아야 배포가 가능할테니 당시처럼 무료 배포되는 아마추어 게임은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

 

뭔가 이쯤에서 끝내기엔 결말도 없고 마무리가 어정쩡하지만 애초에 추억 이야기 주절거리는 내용이었으니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하죠.

 

 

 

 

  1. 최근엔 안 가봐서 여기 규모가 어떤 상태인진 모르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들이 있나 보더군요 [본문으로]
  2. 초기 울티마 온라인은 결제 방법이 게임 타임(90일 이용권)을 사서 키를 입력하면 계정이 연장되는 방식이었습니다. 국내 정식 발매되지 않았을 땐 패키지 가격이 7만원 수준으로 이 당시 환율로 생각해보면 무척 비쌌습니다. [본문으로]
  3. 사실 지금도 토렌트를 통해서 발매된지 하루이틀만 지나면 정품 크랙버전이 나돌고 있으니 그때와 달라진 점이 없는 실정이죠. [본문으로]
  4. 이들중 일부는 개발자 1세대가 되었죠. [본문으로]
Posted by 빈둥거리는 포이카
TAG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시스타 2013.11.25 14: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새는 게임 규제다라고 해도 전체 이용가라면 게등위 등급 안받아도 되요.
    다만 전체이용가가 아닌 등급은 받아야 하는 건 여전하지만요(12~15세) 19세는 굳이 말 안해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건 아실테고.(..)
    요새는 모바일 쪽은 자율규제니 뭐니 하면서 풀어주는데 이런걸 악용하는 회사도 있지요. 예를 들면 언리쉬드라는 게임이라던지...

    • BlogIcon 빈둥거리는 포이카 2013.11.25 18: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 그렇군요. 전체 이용가는 안 받아도 되는지 몰랐습니다.

      자율규제를 악용하는 업체가 있으니 철폐가 논의되고, 실제 철폐가 되어도 게임 업계에선 할 말이 없어집니다. 언리쉬드 영자 긱스는 업계는 어찌되든 지 알바 아니고 규제당하면 해외로 옮겨서 서비스하겠다는 입장이니 욕을 먹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