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라이트노벨, 애니메이션의 최근 주류는 「현대 배경에 판타지 계열 비일상의 접합」 입니다.

판타지 배경으로 그려지는 라이트노벨은 크게 성공해야 중박 수준이며, 완벽한 현대 배경 작품은 제법 팔리는 분야지만, 그보다도 현실에 SF, 가상게임, 판타지를 접합시킨 작품이 주류를 차지하죠.

저는 '검의 여왕과 낙인의 아이' 같은 판타지 배경의 작품이나, '히다마리 스케치', '타마유라' 같은 완전 현대 설정의 작품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가장 비중이 큰 믹스된 작품을 많이 찾아보게 됩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주로 '평범한 학생인 주인공이 비현실적인 무언가와 접하면서 일상이 뒤틀리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요. 저도 여기까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현대의 상식은 깨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서 추가로 판타지 요소가 추가되기 때문에 주인공조차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지극히 사실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이 정도까지.

하지만 종종 도무지 못 봐줄만한 작품들이 나와 눈살찌푸리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 1월 정식 발매된 '실낙원'이란 만화책을 보면(무척 유명한 밀턴의 Paradise Lost와 다른 작품입니다), 여주인공이 입학한 고등학교 내부에서 남존여비 정책이 대놓고 시행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여학생은 남학생의 '무기'가 되어 '소유물' 취급을 받는다는 설정인데, 문제는 이게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겁니다. 중세~근대의 배경이라면 남성우월사상이 팽배해 있던 무렵이니 역사 고증을 한다는 핑계로 그런 설정을 넣을수도 있지만, 어떻게 현대를 배경으로 대놓고 남존여비를 적용시킵니까. 게다가 작중에서 다들 당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이런 설정은 도무지 현실에 비일상을 접했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이 작품뿐 아니라 여러 저질 작품들을 보면 '현대의 통념'을 무시한 작품이 많습니다.

일부러 '현대'를 배경으로 택했다면 최소한의 지킬건 지키고, 거기다 추가 설정을 도입해야지. 억지 설정을 집어넣어 현대를 작가만의 판타지 세상으로 만들어버리는건 보면서 유쾌하기는 커녕 매우 불쾌해집니다. 굳이 현대를 배경으로 했으면 현대의 통념을 지키고, 아닐거면 판타지 세상을 배경으로 함이 옳습니다.


▽ 본문에서 예로 들었던 만화, 실낙원

Posted by 빈둥거리는 포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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