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가 스쿠에니 6회에서 그린 그림

 

 

성우 애드리브가 주요 볼거리인 애니메이션, 『てさぐれ!部活もの』의 주역중 한 명인 스즈키 유아 역의 성우 '니시 아스카(이하 니시)'는 주연을 담당한 경험이 썩 많지 않지만 2012년 이후 조금씩 주조연급 역할을 얻기 시작하고, 2013년 들어서 드디어 주연을 배정받으며 대중들 앞에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는데요.

 

이 성우의 과거 경력엔 재밌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끄적여 보게 되었습니다.

 

 

1. 이야기의 시작

 

2011년 10월 방송이 시작된 일본 스퀘어 에닉스의 웹 라디오 방송 『스쿠에니Chan!』. 이 방송은 스퀘어 에닉스의 애니메이션, 게임, 굿즈 등의 신상품을 소개하면서 개발자나 각 작품의 참가 성우들을 게스트로 초대하여 작품 이야기를 나누고, 스퀘어 에닉스 발매 게임을 직접 해보는 내용으로 구성된 웹 라디오입니다. 방송 분량은 특집 방송인 1회의 2시간짜릴 제외하고는 매 주마다 30분에서 1시간 사이로 자유롭게 조절되며 방송되었습니다.[각주:1]

 

담당 진행자는 유명 성우인 '야스모토 히로키(이하 야스모토)'로, 게임 관련 지식에 해박하여 진행자로 발탁된 인물인데요. 이 인물이 라디오 방송 중 장난삼아 저지른 일이 니시의 성우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 방송의 초기엔 두 명의 아이돌 어시스턴트가 있어서 야스모토의 진행을 도와서 상품 소개를 하거나, 야스모토의 말상대를 하거나, 게스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완전 무명 성우로, 엑스트라 배역 조차도 거의 얻질 못하는 니시가 스퀘어 에닉스 같은 대형 기업의 라디오 방송에 들어갈 자리는 전혀 없었습니다. 당시의 니시에겐 스퀘어 에닉스 라디오 방송 녹음 스튜디오는 정말 꿈에서나 볼 법한 장소였던 것이죠. 그런데,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올 수 없을 법한 크나큰 기회가 니시에게 주어집니다.

 

야스모토는 스쿠에니Chan! 라디오 1회 방송에서 어시스턴트 두 명과 향후 라디오 방송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무리한 기획이 방송에 재미를 준다며 특이한 걸 해보자고 제안을 하는데요.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1회 41분부터]

 

야스모토: 앞으로 많은 게스트가 올 텐데요. 게스트 말고도 방송 자체에서도 여러 기획을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버라이어티 방송을 보거나 라디오를 들을 때 조금 무리한 것을 하는 것이 재밌잖아요? 그래서 조금 무리를 시켜볼까 합니다, 여러분에게.

 

야스모토: 아,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니라 대본 읽은 것 뿐이야!

 

야스모토: 곧바로 어시스트짱에게 시켜보죠! 첫 지령은 이겁니다! "다음 주까지 트럼펫으로 FF(파이널 판타지)의 전투 종료 팡파레[각주:2]를 불어라!"

 

야스모토: 이건 트럼펫이고 뭐고 우리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력으로 어떤 방법으로든 트럼펫을 준비해서 떼떼떼떼~ 떼떼~ 떼떼떼~ 그걸 붑니다.

 

(~중략~)

 

야스모트: 다음 주까지 부세요. 불 수 없다면 오면 안되요. 온다는 것은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시스턴트1: 트럼펫은 얼마나 하나요?

 

야스모토: 모릅니다! 검색해 보면 나오겠죠? 

 

(~중략~)

 

야스모토: 스퀘어 에닉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멋진 음악이 많잖아요? 음악 소개하듯이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어떤가요?

 

어시스턴트2: 아니, 무리네요. 

 

야스모토: 반응 빨라! 빠르지 않아!? 

 

어시스턴트2: 역시 그런건..

 

어시스턴트1: 트럼펫을 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시스턴트2: 추가 옵션으로 별도 요금을 받지 않으면..

 

어시스턴트1: 그렇죠. 그런 문제가 있죠? 금전적으로.

 

야스모토: 잠깐! 지금 두 명이 라디오에서 보여줄 수 없는 리액션을 하고 있어요!

 

야스모토: 하지만 음악 소개는 하고 싶은데..

 

(~중략~)

 

어시스턴트1: 놀랄 정도로 복근이 없어서 부는 건 사양하고 싶어요.

 

야스모토: 공기를 엄청 쓰잖아요?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에어백처럼, 듀얼 에어백이 달린 것처럼!

 

어시스턴트1: 이거 내보내면 일 못해요![각주:3]

 

야스모토: 내보내면 안 되지! 미안! 내가 잘못했어. 내보내면 안 돼.

 

야스모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무리한 것을 해봤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서, 마이크 하나 들고 스튜디오 밖을 뛰어다닌다거나.

 

(~중략~)

 

야스모토: 두 명의 매니저가 언짢은 표정 짓고 있네. 알겠어.

 

야스모토: (중얼거리며)지금 우리 매니저 있지? / 이 근처에- 아, 지금 라디오 스튜디오가 제법 큰 도시에 있어서 여기엔 스튜디오가 여럿 있는데요. 현재, 지금 우리 후배[각주:4]중에 이 근처에.. 크크크크, 우리 매니저가, 흐흐흐.. 엄청 당황스런 표정 짓고 있어!

 

야스모토: 현재 이 스튜디오 근처에 있는 우리 후배는 누가 있어? 부르기 쉬운.. 있어? 있어! 그럼, 몇 명한테 닥치는대로 연락해서 가장 빨리 도착하는 녀석한테! 흐흐흐.. 트럼펫을 어떤 방법으로든 입수해서 다음 주까지 불라고 부탁하자.

 

(~중략~)

 

야스모토: 아무것도 말해주지 말고 일단 부르자! 몇 명한테 연락해서 가장 빨리 도착한 녀석이 남자든 여자든 관계없이 도우미 역할을 시키자, 이 방송에.

 

(~중략~)

 

야스모토: 역시 내가 아는 사람에게 강하게 나갈 수 있으니 우리 후배를 불러보자. 그것도 이 방송이 길잖아?[각주:5] 그걸 이용해서 방송이 끝날 때까지 도착하면 하자. 그러면 어렵겠지? 도착하면 제대로 하자. 그런고로 일단 종료!

 

[여기까지 1회 46분 30초]

 

내용을 보면 정말 엉뚱합니다. 스퀘어 에닉스에서 섭외한 인물도 아니고 현장에서 진행자의 장난으로 시작된 도우미 섭외. 그것도 이미 두 명의 어시스턴트가 있는데 망가지는 역할을 위해 한 명을 추가하는 황당함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인물이 누가 될지도 모르고, 심지어 시간 내 도착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를 제안을 한 야스모토. 야스모토의 장난에 몇 명의 시그마 세븐 후배 성우들이 반응했는지는 모르지만 매니저를 통해 후배들에게 연락이 가게 되고, 방송 시간은 흘러갑니다.

 

 

2. 야스모토의 장난에 가장 빨리 반응한 어느 후배

 

계속해서 시간은 흘러 이윽고 라디오 방송 클로징 멘트가 시작됩니다. 클로징 음악이 흘러나오며 야스모토가 마지막 정리 멘트를 하며 끝내려고 하던 와중, 스튜디오에 난입하는 한 명이 있었으니 바로 '니시 아스카'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상황의 이야기도 한 번 보시죠.

 

[방송 종료 직전]

 

야스모토: (이메일 주소를 불러주고) 메일폼[각주:6]도 있으니 그쪽으로라도 잔뜩 메일 보내주세요!

 

어시스턴트1: 기다리겠습니다~

 

야스모토: 흐어~ 간신히 종반에 도착했네.

 

어시스턴트1: 하아~ 정말 심장이 얼마나 뛰었을지..

 

(덜컥- 문 열리는 소리)

 

야스모토: 오오!!?

 

??: 실례하겠습니다!

 

(전원 웃음)

 

니시: 실례합니다! 시그마 세븐의 니시 아스카입니다! 고생하십니다~

 

야스모토: 미안! 잠깐 뭔일인지 몰랐네. 계속 말했더래서 그 짓 했던 거 잊고 있었다!

 

(전원 웃음)

 

야스모토: 맞아 맞아! 너 아무것도 모르고 왔을텐데.

 

니시: 네! 아, 이거(마이크) 달면 되나요?

 

야스모토: 아, 그래. 마이크 연결되어 있어요?

 

야스모토: 어쨌든, 너 아마도 여유 있지. 뭐, 뭐라고 듣고 왔어?

 

니시: 사무소에서 전화가 와서 뭐 재밌는거 있으니까 오라고..

 

야스모토: 그렇게 설명했어!? 이거 일이야!

 

니시: 일!?

 

야스모토: 이거 일입니다.

 

니시: 일이군요. 라디오죠 이거?

 

야스모토: 라디오가 아니면 뭐겠어 이게?

 

니시: 잘 부탁드립니다!

 

야스모토: 우선, 너는, 다음 주까지, 어떤 방법으로든, 트럼펫을 입수해서, 파이널 판타지의 전투 종료 테마 같은 곡을..

 

니시: 네, 네, 네, 트럼.. 네, 트럼?

 

야스모토: 1이든 2든 3이든 뭐든 좋으니 좋아하는 거면 돼.[각주:7] 그걸 불어.

 

니시: 네, 네, 트럼펫을요? 저 트럼펫 없어요!

 

야스모토: 어떤 방법으로든 트럼펫을 입수해서!

 

니시: 입수해서!?

 

야스모토: 파이널 판타지의 전투 종료 곡을 불어!

 

니시: 예!? 전투 종료 곡 자체를 모르는데요!

 

야스모토: 아, 참고로 이 방송은 스퀘어 에닉스의 방송이야. 스퀘어 에닉스는 파이널 판타지를 내놓은 회사로, 너가 지금 여기에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사람들은 전부 클라이언트.

 

니시: 어우!

 

야스모토: 몰랐지, 너.

 

니시: 히익, 죄송합니다!

 

야스모토: 어쨌건 너는 다음 주까지 불수 있도록 해! 자, 그런고로 이번 회는 여기까지! 다음 회는 10월 16일 목요일입니다! 부디 들어 주세요! 지금까지!

 

니시: 엑? 엑? 엑?

 

어시스턴트2: 어시스턴트짱 이케다 유코랑!

 

어시스턴트1: 마찬가지로 어시스턴트짱 아리카와 치리, 그리고!

 

야스모토: 아, 맞다. 자기 이름 말해 봐.

 

니시: 어, 니시 아스카..랑?

 

야스모토: 나중에, 나중에 제대로 설명해줄께. 나 정말로 저질러 놨던 거 잊어버렸더래서 흐흐..

 

(전원 웃음)

 

야스모토: 심하게 지친 야스모토 히로키였습니다. 여러분, 다음 회 스쿠에니Chan!까지 안녕~

 

[방송종료]

 

이런 식으로 스퀘어 에닉스의 라디오 방송 1회는 황당하게 끝이 납니다.

 

이 당시만 해도 이건 야스모토가 후배 성우한테 장난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한 명에겐 큰 기회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 뒤로, 니시는 매 회마다 몇 분씩 분량을 할당받아 트럼펫을 불거나 무언가에 도전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스튜디오 부스 밖에서 기다리다 후반부터 참가하거나(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초반부터 참여하기도) 도전하지 않는 날엔 거의 방송 참여 시간이 없는 엑스트라 취급이었지만,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 자신을 어필하면서 존재감을 늘려갔고, 이렇게 방송에 살짝 발을 얹은 상태로 계속 버티고 버텨 최종회인 119회(2014.01.30)까지 이어 갑니다.

 

 

3. 성장한 니시

 

스쿠에니Chan!을 통해 니시는 확실히 성장해나갑니다.[각주:8]

 

비록 코너 자체는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각주:9] 청취자들에게 자신을 충분히 어필해나갔고, 이 방송을 통해 자신의 특기, 플루트 실력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오디션 현장에서 주연을 따내는 것이 라디오와 직접 연관은 없겠지만, 이를 통해서 많은 선배 성우나 제작 관계자들을 만나며 자기 발전에 간접적인 영향은 충분히 받았으리라 봅니다. 니시 본인도 스쿠에니Chan! 사이트에 최종회 녹음 소감으로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은 스쿠에니Chan! 덕분입니다.' 라고 적었으니 스스로도 크게 느끼고 있는 모양.

 

이 방송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쭉 들으면 니시의 무명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성장을 볼 수 있습니다. 한동안 과거 방송을 청취할 수 있게 오픈되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들어보시길. (스쿠에니Chan! 사이트: http://special.member.jp.square-enix.com/se_chan/)

 

 

  1. 기본은 40분인듯. [본문으로]
  2. 빠빠빠빰~ 빠빰~ 빰빠빰~ 하는 유명한 전투 종료음 [본문으로]
  3. 어시스턴트 두 명의 본업은 아이돌이라 악기 불면서 얼굴 망가지는 것을 꺼리는 것이거나, 아이돌의 콘셉트상 방송 프로그램에서 망가지는 캐릭터를 한다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인듯. [본문으로]
  4. 야스모토 히로키는 '시그마 세븐' 이라는 수십 명 규모의 성우를 데리고 있는 사무소 중견 성우. [본문으로]
  5. 1회 특집 편성 2시간 방송. 녹음 시간은 휴식 시간과 편집되는 분량을 따지면 그보다 길음. [본문으로]
  6. 지정된 메일로 전송해주는 메일 전송 시스템. [본문으로]
  7. 파이널 판타지 편수. 몇 편의 전투 종료음이든 상관 없다는 이야기. [본문으로]
  8. 니시의 코너 소개는 '신인 성우 니시 아스카가 사람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여러 고난을 넘어서게 하는 生RPG'로, 성장 방향성은 다르지만 어쨌건 니시 육성 지원 프로그램이었던 건 사실. 실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니시는 분명히 사람으로서 성장한 부분이 많음. 초기엔 철없는 구석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점이나.. [본문으로]
  9. 방송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고정 코너로 이 코너 하나만 살아 남으면서 점차 방송 비중도 늘어나, 게스트 출연분보다 코너 분량이 긴 경우도 빈번해집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빈둥거리는 포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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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그나 2014.07.15 19: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네요 잘봤습니다 ^^

  2. BlogIcon 성우계 2016.02.15 17: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의 명랑한 니시와는 갭이 있군요.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