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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05 [잡담] 와우 클래식 서비스를 보며 과거의 추억에 빠지다.

최근 여러모로 삽질만 계속 하는 게임사, 블리자드입니다만 그 회사가 지금도 먹고 살 수 있는 이유는 과거 수많은 명작들을 배출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공한 IP를 계속 우려 먹으며 고전 명작인 스타크래프트에 손을 대고, 디아블로를 모바일로 출시하고, 이번엔 워크래프트 시리즈 파생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의 클래식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와우는 전세계에서 성공한 MMORPG(온라인 게임)로 이는 국내에서도 그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와우가 출시되기 전까지 국내 온라인 게임은 아기자기함을 강조한 게임들이 대세였기에 너무 서양물이 강하게 들어서 외국 동화풍 그래픽인 와우가 국내에서는 성공 못할 거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실제로 있었음에도, 막상 출시가 되자 어마어마한 인기 몰이를 하며 서버가 터져나가고 모내기 렉이 발생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신규 서버가 오픈하는 대박을 치고 맙니다.

 

[지금 봐도 수준급인 와우 초창기 트레일러 영상]

 

 

저는 당시 N사의 마비*기를 하다 와우 오픈 베타가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같은 길드에 있던 사람들끼리 몰려가 '바엘군'이라는, 지금은 사라진 서버에서 게임을 즐기다가 정식 서비스가 시작하면서 길드 사람들이 전부 마*노기로 돌아가면서 저도 접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와우에서 느꼈던 전율을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1년 반이 지나 2006년 여름 어느 날, 마비노기도 접고 별다른 게임을 하지 않던 저는 도무지 잊혀지지 않던 와우의 매력을 떠올리며 얼라이언스 진영으로 와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시작한 서버의 얼라이언스는 레이드도 지지부진하고 PVP로도 딱히 네임드 유저는 없지만 도시 서버와 시골 서버의 중간에 위치해 유저수가 적절하게 많은 곳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엔 딱히 레이드나 던전에 관심은 없고 만렙도 안 찍고 퀘스트나 알터렉 전장을 도는 재미로 조금씩 하던 라이트 유저였기에 느긋하게 아제로스의 여기저기를 떠도는 플레이만 했으나, 어느 날 퀘스트를 하던 도중 한 인물과 만나는 것으로 게임 인생이 변하게 됩니다.

 

그 인물은 친목 길드에 몸담고 있지만 레이드 공대는 따로 참가하는 형태로 플레이하는 사람인데, 부캐릭터를 키우던 중 정예 퀘스트에서 막혀 곤란해하고 있다 저를 만나 파티를 맺게 된 겁니다. 30분 정도 같이 퀘스트를 하고 헤어져 흔한 스쳐지나가는 인연으로 끝나나 했는데, 그쪽에서 친추를 해뒀는지 이후 몇차례 귓이 오가고, 제가 만렙을 달자 당황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적극적으로 길드 권유를 해와서 거절 하다하다 결국 길드에 가입하게 됩니다.

 

이후 알터렉 전장을 주로 다니고 간혹 던전 플레이 감 잡는다고 만렙 인던도 아닌 검은바위 나락이나 가는 정도로만 플레이를 했는데, 어쩌다 길드원들 손에 이끌려 4대 인던에 한 번 다녀온 이래로 매일같이 인던에 불려다니게 됩니다. 무경험임에도 사고 안 치고 안정적으로 플레이한 게 좋은 인상을 주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4대 인던을 돌길 수차례... 하루는 줄구룹에 권유를 받고, 줄구룹 몇 번이나 다녔다고 템도 별로 안 좋은데 안퀴라즈 폐허에 데려가더니 정규 공대에서 운영하는 화심에 권유받고 그대로 공대 가입되어 사원과 낙스라마스에 가기까지 일사천리로 이어지게 되죠.

 

처음 줄구룹에 가서 학카르와 대면했던 장면

 

지금 생각해보면 장비 부위에 따라선 4대 인던도 아닌 나락급 템이 박혀 있는 저를 줄구룹, 폐허, 화심, 사원, 낙스까지 초대를 해준 길드원들이나, 추천한다고 데려가 준 막공장이나 정규 공대도 참 대인배스럽다 생각됩니다. (물론 묻어 다닌 것은 아니고 처음 간 화심 라그나로스에서 데미지미터 7위 기록한 것이며 줄구룹에선 초짜 시절부터 보스별로 1~3위를 유지한 것이 지금도 스크린샷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추천받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이죠. 낙스라마스에선 당연히 스펙 차이로 인해 동일 직업 내 압도적 꼴찌를 달렸습니다.)

 

오리지널 시절 레이드 공격대를 괴롭히던 낙스라마스 로데브 킬

 

제 와우 플레이 인생의 전성기는 오리지널이 아니라 첫 번째 확장팩 '불타는 성전'에서 맞게 됩니다. 제가 와우를 시작하고 반년이 지났을 무렵 확장팩이 출시되면서 레벨 제한이 70으로 늘어나고 신규 지역 아웃랜드가 등장했죠.

 

기존 최상위 레이드 장비가 전부 무용지물이 되어 필드 녹템만도 못하게 바뀌어 허탈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후발 주자였던 제게는 기회가 될 수 있었습니다. 같은 길드원이나 공대원들 중 레벨 업이 빠른 사람들과 맞춰 던전을 돌며 빠르게 장비를 갖추고 누구보다 빠르게 10인 레이드 던전인 카라잔에 진입할 수 있었죠. 그 결과 레이드 공격대가 최대 25인으로 바뀌면서 기존 40인 공격대에서 인원이 추려질 수 밖에 없었는데 여기에 정규 멤버로 뽑힐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 여군주 바쉬와 마주한 날

 

물론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서버 최초로 폭풍우 요새를 클리어하고 하이잘정상을 공략해나가던 시기에 썩 유쾌하지 않은 일로 정규 공격대를 탈퇴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인맥에 묻어 신규 창설 공격대로 들어가 다시 불뱀 제단부터 시작해야만 했죠. 이 공격대는 최종적으로 검은사원 중간 보스들까지 공략하다 해산합니다. (막공이 활성화되기 시작할 무렵이라 막공들도 하이잘을 공략하는 마당에 정공이 태양샘 공략을 못하는 것이 의욕 감소로 다가온 모양. 결국 예전에 소속했던 서버 최상위 공대도 태양샘 공략 도중 해산하며 서버 내 정공이 멸종하고 맙니다.)

 

그리고 전·현 공격대 지인 몇 명과 호드 진영으로 이전해 길드를 만들고 다음 확장팩인 리치왕의 분노가 나오기 전까지 같이 레벨 올리며 놀고 떠들고 막공 다니던 것도 추억이고, 리치왕 업데이트 후 낙스라마스 막공 다니던 것도 즐거웠는데 아마도 저는 이땐 이미 게임 열정이 전부 식어 있었나 봅니다. 특정일을 기점으로 점차 접속률이 떨어지고 나중엔 막공에서 쓸 도핑 구입비조차 부족해 몇 만원 현질을 하며 버텼으니까요. 결국 마지막엔 정들었던 길드원들과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누고 접어서 지금도 두고두고 후회되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맘에 드는 장소는 무조건 스샷으로 남겨 보관된 스샷만 수천장 

 

이번에 클래식이 나왔다기에 무작정 결제해서 접속을 해봤습니다. 마지막은 호드에서 플레이했지만 오리지널 당시엔 얼라이언스였기에 그때를 떠올리며 얼라이언스 캐릭터를 생성해 들어가보니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뭔지 모를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몸이 기억하는 대로 조작이 가능하더군요. 심지어 오래도록 머릿속에서 잠들어 있던 수많은 퀘스트 내용이 떠오르고 동선이 그려지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함께하던 길드원들이 없는 허전함은 크게만 느껴지고, 문득 옛날에 플레이했던 서버는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져 본서버를 설치하고 접속해봤습니다. 소속 길드는 여전히 남아 있더군요. 왠지 처음 보는 캐릭터명의 길드관리자가 있다는 걸 빼고 익숙한 이름들이 더러 보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최종 접속이 4년-6년 전으로 표시되고 있었고 가장 최근 접속한 누군지 모를 길드관리자만 3개월 쯤 전에 접속했던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길드 창립 멤버였던 가장 친했던 몇몇 인원이 안 보여 씁쓸한 기분도 들었고요. 다들 다른 길드로 옮겨갈 사람들이 아닌데, 계정 삭제라도 한 것일까요...

 

결국 많이 변해버린 인터페이스며 지형이며 스킬과 특성에 적응 못하고, 무엇보다 아무도 접속하지 않는 길드창만 계속 바라보는 것이 허무해서 금방 본서버를 종료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클래식 서버로 접속하니 이번엔 길드원들의 흔적조차 볼 수 없는 게임 화면에서 빈자리를 느끼게 되더군요.

 

 

와우 클래식은 그 시절 그 게임 그대로를 가져와 이제는 아저씨, 아줌마가 된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추억을 떠올리기는 해도 그 시절 추억을 함께한 사람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서 허전함을 느끼고 금방 접는 유저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픈빨은 오래 못갈 것이란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는 아마 접지는 않고 정말 라이트하게 생각날 때면 접속하는 정도로 한동안은 계속할 듯 합니다.

 

 

- 이 글은 9월 18일 작성했습니다.

Posted by 빈둥거리는 포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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